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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해도 왜 지칠까 (움직임, 뼈호르몬, 코호흡)

자담_인 2026. 8. 28. 11:04

점심에 한 시간 스피닝을 죽기 살기로 돌려도 오후가 되면 왜 또 머리가 멍해질까요. 저도 한동안 이게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다 캐럴라인 윌리엄스의 『움직임의 뇌과학』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고강도 운동은 정신 건강의 근본 처방이 아닙니다. 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걷는 자세, 코로 쉬는 숨 하나까지 — 생각보다 훨씬 작은 것들이 뇌를 바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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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과 뼈호르몬 — 걷는 것만으로 뇌가 달라지는 이유

 

헬스장을 끊고 매일 나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운동 직후엔 확실히 개운했는데, 다음 날 아침이 되면 피로는 그대로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나아지는 게 없지?' 싶었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문제는 운동의 강도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움직임 총량이었습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등장합니다. 바로 오스테오칼신(Osteocalcin)입니다. 오스테오칼신이란 뼈를 만드는 골아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호르몬으로, 기억력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물질입니다. 컬럼비아대 유전학자 제라드 카젠티 박사가 쥐를 대상으로 이 호르몬을 제거했더니, 쥐는 공간 인지 능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반대로 기억력이 저하된 늙은 쥐에게 두 달간 투여했더니, 젊은 쥐 수준의 기억력을 회복했습니다(출처: 컬럼비아대학교 카젠티 연구실).

문제는 이 호르몬이 여성은 30세, 남성은 45세부터 자연적으로 감소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체중을 싣고 걷는 동작 자체가 오스테오칼신 분비를 촉진합니다. 고강도 운동을 주 3회 하는 것보다, 매일 20~30분씩 걷는 편이 이 호르몬의 분비를 더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줍니다.

신경과학자 로돌포 이나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뇌가 애초에 움직이기 위해 진화했다고 주장합니다. 생각하기 위해 뇌가 생긴 게 아니라는 거죠. 멍게가 좋은 사례입니다. 어린 멍게는 뇌와 신경삭을 갖추고 바닷속을 헤엄치다가, 바위에 정착하는 순간 스스로 뇌와 신경계를 먹어치웁니다. 움직임이 멈추면 뇌도 필요 없어지는 셈입니다. 이나스의 관점에서 사고란 결국 움직임이 내면화된 형태입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점심시간 15분 걷기를 2주간 이어가니 오후 집중력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헬스장을 다닐 때보다 오히려 더요. 조지 레이코프와 마크 존슨의 인지언어학 이론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정상에 선다', '날아올랐다' 같은 성공의 언어가 모두 위로 향하는 움직임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걷는다는 행위 자체가 뇌에 긍정의 신호를 보냅니다. 걷기는 운동이기 이전에, 뇌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입니다.

  • 오스테오칼신은 걷기처럼 체중을 싣는 동작으로 분비가 촉진되며, 기억력과 기분에 직접 영향을 준다
  • 고강도 운동을 '운동 폭식'이라 부를 만큼, 짧고 격렬한 운동보다 일상 속 꾸준한 움직임이 정신 건강에 더 효과적이다
  • 뇌는 원래 생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움직이기 위해 진화했으며, 멍게의 사례가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요약: 걷기는 뼈에서 기억력 호르몬을 꺼내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코호흡 — 숨 쉬는 방법을 바꾸면 뇌가 바뀝니다

자세와 호흡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집중이 안 되는 날 아무 이유 없이 몸을 쭉 펴고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을 때, 뭔가가 리셋되는 느낌을 처음 받았습니다. 그게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다는 걸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먼저 자세부터입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구부정하게 앉은 사람은 부정적인 단어를 더 쉽게 기억하고, 똑바로 앉은 사람은 긍정적인 단어를 잘 기억합니다(출처: 오클랜드대학교). 자세가 뇌에 보내는 신호 자체를 바꾸기 때문입니다. 구부정한 자세는 내면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만들어, 자책과 반추라는 우울증의 주요 패턴을 강화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자세가 어떤지, 한 번만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다음은 호흡입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입으로 호흡한다고 합니다. 습관이 굳어진 거죠. 그런데 코와 뇌 사이엔 직통 신경 경로가 있습니다. 코 호흡(nasal breathing)이란 이 경로를 통해 호흡 리듬과 뇌파를 동기화시키는 방식으로, 입 호흡과 비교했을 때 정보 저장 능력과 반응 속도를 높여줍니다. 쉽게 말해, 코로 쉬면 뇌가 더 잘 받아 처리합니다.

실험에서는 코 호흡과 입 호흡의 반응 속도 차이가 1000분의 1초 단위로 측정됐습니다.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 달리는 트럭을 피하느냐 못 피하느냐의 차이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캐럴라인 윌리엄스는 책을 쓰던 중 노트북에 커피를 쏟아 수천 자의 원고가 날아갔을 때, 유튜브에서 7분짜리 호흡 영상을 찾아 따라했고, 울부짖고 싶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저도 비슷한 순간에 시도해봤는데, 이게 실제로 됩니다.

이상적인 호흡 속도는 분당 3회, 즉 20초에 들숨 한 번 날숨 한 번입니다. 처음엔 분당 6회, 10초에 한 번 호흡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이것만으로도 자율신경계가 '활성' 상태에서 '진정' 상태로 이동합니다. 여기서 뇌간(brain stem)이 핵심입니다. 뇌간이란 뇌와 척수를 잇는 줄기 부위로, 심박수와 호흡 속도를 무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곳입니다. 코 호흡으로 이 뇌간의 리듬을 의식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스트레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연구에서 스트레칭을 받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염증 부위가 유의미하게 줄었습니다. 팔 한 번 쭉 뻗는 기지개가 세포 수준에서 리셋 버튼을 누르는 셈입니다.

요약: 코 호흡 하나만 바꿔도 뇌의 진정 모드가 켜집니다. 자세와 호흡은 뇌에게 보내는 가장 빠른 신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헬스장 운동은 정신 건강에 효과가 없나요?

A. 없다기보다, 충분하지 않습니다. 고강도 운동 직후엔 기분과 집중력이 일시적으로 오르지만, 나머지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면 그 효과는 상쇄됩니다. 정신 건강에는 운동의 강도보다 일상 속 움직임의 총량이 더 중요합니다.

 

Q. 오스테오칼신 분비를 늘리려면 꼭 많이 걸어야 하나요?

A. 거리보다 체중을 실어 걷는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합니다. 매일 15~20분씩 걷는 것만으로도 분비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점심 후 짧게 산책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Q. 코 호흡이 잘 안 되면 어떻게 연습하나요?

A. 처음부터 분당 3회를 목표로 하면 어렵습니다. 분당 6회, 즉 10초에 한 번 호흡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의자에 똑바로 앉아 눈을 감고 5분만 해봐도 자율신경계가 진정 상태로 이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Q. 자세가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네, 연구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구부정하게 앉으면 부정적 단어를 더 잘 기억하고, 바르게 앉으면 긍정적 단어를 잘 기억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자세는 뇌에 '나는 지금 어떤 상태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통로입니다.

 

Q. 근력 운동이 우울증에도 도움이 되나요?

A. 됩니다. 우울증의 핵심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나는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가깝습니다. 근력 운동은 '내가 이걸 해냈다'는 신체 피드백을 만들어 그 무력감을 직접 건드립니다. 자존감과 수면의 질도 함께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결론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뀐 게 하나 있습니다.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뇌에게 보내는 신호'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오스테오칼신, 코호흡, 자세 교정 — 셋 다 거창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등을 펴고, 코로 천천히 숨 한 번 쉬는 것으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작은 습관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부터 오후 루틴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몸의 주인이 되는 것,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참고: https://longblack.co/note/498?utm_source=longblack_search_w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