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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예쁨vs인정, 조직문화, 대화법, 주인의식)

자담_인 2026. 10. 1. 10:28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쓴 시간이 얼마나 됩니까? 저도 솔직히 꽤 길었습니다. 그런데 19년 차 조직문화 전문가 최재웅 폴앤마크 대표의 한마디가 그 시간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들었습니다. "왜 회사에서 예쁨 받으려 하세요?" 예쁨과 인정은 다르고, 그 차이가 조직 전체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직장생활 (예쁨vs인정, 조직문화, 대화법, 주인의식)

 

 

예쁨과 인정, 왜 구분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상사에게 잘 보이면 조직생활이 수월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회의 전에 팀장 커피를 챙기고, 사소한 보고도 두 번 확인하고, 반응을 살피면서 말 하나하나를 골랐습니다. 그게 '눈치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나면, 정작 제 의견을 내야 할 순간에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말해야 눈밖에 나지 않을까'를 먼저 계산하게 됐으니까요.

최재웅 대표가 말하는 '예쁨'이란 바로 이 상태입니다. 이유 없이 좋아해주는 것, 부모가 자식을 아끼듯 인격적 친밀감으로 맺어지는 관계. 여기서 문제는 이 구조가 조직에 자리 잡으면 구성원들이 쓸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쏟게 된다는 점입니다. 누가 더 깍듯하게 인사하느냐, 팀장이 오늘 기분이 어떠냐를 먼저 파악하는 데 집중하게 되죠.

반면 그가 말하는 '인정(Recognition)'은 다릅니다. 여기서 인정이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내가 기여한 구체적인 행동을 알아봐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엑셀 파일 덕분에 회의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처럼 행동과 결과를 짚어주는 것이죠. "너는 나 신입 때 꼭 닮았어"라는 말은 감정적 친밀함이지, 인정이 아닙니다. 그 말 이면에는 '나처럼 되어라'는 무언의 요구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예쁨을 좇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 흐릿해집니다. 상사가 '동그라미'를 좋아하면 나도 동그라미가 되려 하고, 그게 반복되면 자신이 원래 네모였다는 사실조차 잊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중에 팀장이 되면, 똑같이 동그라미를 요구하는 리더가 되는 거죠. 잘못된 조직문화가 이렇게 대물림됩니다.

 
요약: 예쁨은 이유 없는 호감이고, 인정은 기여에 대한 구체적 확인이다. 조직에서 예쁨을 좇으면 정체성을 잃고 문화가 대물림된다.

 

 

 

건강한 조직문화의 핵심은 '수용'이다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라는 단어는 자주 쓰이지만 정의가 뭉뚱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조직문화란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과 관계 맺는 방식이 쌓여 만들어진 집단적 패턴을 말합니다. 어떤 말을 해도 되는 분위기인지, 의견을 내면 묵살되는지, 그게 일상처럼 반복되며 굳어진 것이죠.

최재웅 대표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조직 안의 모든 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로 서서,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 이 철학은 스웨덴 교육 기업 로박(Lovak) 대표 라스 스보세(Lars Svorse)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이케아, 볼보 등 북유럽 기업의 조직문화 설계를 도운 인물이죠.

그가 가져온 개념이 '바이킹 대화법'입니다. 바이킹들이 함께 배를 타던 시절, 한 배에 오른 모든 사람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었던 의사결정 방식에서 유래했습니다. 핵심은 수용(Inclusion)입니다. 여기서 수용이란 모든 구성원이 '내 의견이 이 결정에 포함됐다'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장일치를 추구하는 게 아닙니다. 최종 결정은 리더가 하되, 그 과정에서 모두의 생각이 섞이게 하는 거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북유럽의 수평적 문화가 한국 조직에서 통한다고?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반발하는 건 '내 의견이 무시됐다'는 감각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가 거기에 참여했다는 느낌이 있으면 수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거든요. 출처: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에 실린 연구들도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높을수록 구성원 발언 빈도와 팀 성과가 올라간다고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이 철학을 핀란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인 스무스 팀(Smooth Team)을 국내에 도입하는 방식으로 현장에 적용해왔습니다. 스무스 팀이란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해 조직 내 갈등 주제를 자연스럽게 대화로 꺼낼 수 있게 설계된 프로그램으로, 핀란드 미디어 기업 마커 위자드(Marker Wizards)가 자사 업무 방식을 사업화한 것입니다.

 
요약: 건강한 조직문화의 뿌리는 수용(Inclusion)이다. 모든 구성원이 '내 의견이 포함됐다'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인의식이라는 말, 저는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주인의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솔직히 조금 피로했습니다. "회사를 위해 더 헌신하라"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더 움츠러드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주인도 아닌데 왜 주인처럼 굴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최재웅 대표의 정의는 달랐습니다. 그가 말하는 주인의식(Ownership)이란, 회사를 위해 더 많이 일하는 게 아니라 이 공간을 내가 오래 있어야 할 곳으로 여기고 더 좋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집에서 냄새가 나면 원인을 찾아 해결하듯,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외면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라는 뜻이죠.

이 맥락에서 '목소리 내기'는 불평이 아닙니다. 조직의 문제를 함께 개선하자는 신호입니다. 회의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면 말하고, 보상이 기여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표현하는 것. 그게 주인의식입니다.

한국 직장인의 경우 이 부분이 유독 어렵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도 침묵이 먼저 나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출처: 갤럽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의 심리적 안전감 수준은 글로벌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지, 팀장한테 찍히는 건 아닐지를 먼저 계산하게 만드는 구조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최 대표는 상사와 리더를 구분하라고 말합니다. 리더십(Leadership)이란 직급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팀원이라도 이 힘을 가질 수 있고, 직함이 팀장이라도 이 힘이 없으면 리더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 둘을 냉정하게 구분하기 시작하니까, 상사에게 과도하게 기대거나 실망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요약: 주인의식은 헌신 강요가 아니라 '내가 있는 공간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대화법 3가지

 

이론은 수긍이 됩니다. 하지만 막상 팀장 앞에 앉으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건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최재웅 대표가 제안하는 대화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쓸 만합니다.

첫 번째는 '정중한 긴장감'을 만드는 것입니다. "팀장님, 잠깐 말씀 나눌 수 있을까요?"라고 정중하게 먼저 요청하는 것이죠. 이 한 마디가 상대의 집중도를 높입니다. 리더도 사람이라, 이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긴장하며 경청 모드로 전환됩니다. 상하 관계가 아니라 대화하기 위해 앉았다는 신호를 주는 거죠.

두 번째는 감정보다 사실을 먼저 꺼내는 것입니다. 서운한 상황이 있다면, "어제 팀장님께서 제 제안서를 보시고 전부 쓸데없다고 말씀하셔서 속상했습니다"처럼 시작합니다. 이를 '복사·붙여넣기' 방식이라고 표현하는데, 감정이 아닌 사실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렇게 말하면 상대가 당황하면서도 방어적이 되기보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대부분 자기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를 기억 못 하거든요.

세 번째는 대화 후 뒷담화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건 의외로 중요합니다. 뒤에서 불만을 쌓아두면 태도에서 배어 나옵니다. 리더도 그 에너지를 읽습니다.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이 사람이 나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감지하게 됩니다. 그러면 조직 전체 분위기가 서서히 경직됩니다.

아래 세 가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정중하게 대화를 먼저 요청해 집중도를 높인다
  • 감정 앞에 사실을 붙여 대화가 감정싸움이 되는 걸 막는다
  • 대화로 해결했다면 뒷담화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화를 내지 말고 상냥하게 말하라는 조언이 처음엔 너무 이상적으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감정싸움이 벌어진 뒤의 다음 날을 상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옳았나, 내가 너무했나'를 반복하며 출근하고 싶지 않은 그 기분이요.

요약: 정중한 긴장감 → 사실 먼저 → 뒷담화 없음. 이 세 단계가 직장 대화를 건강하게 만드는 실전 방법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예쁨 받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상사와 친해지면 일하기 편하지 않나요?

A. 친밀한 관계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예쁨을 얻으려고 내가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게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상사와 잘 지내면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 관계가 '성과 기여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호감'에 기반할수록 나중에 더 불안해집니다. 상사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요.

 

Q. 목소리를 냈다가 찍히면 어떻게 하죠?

A. '찍힌다'는 걱정이 드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불평이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의견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정중하게 요청하고, 감정보다 사실을 앞세우면 공격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줄어듭니다. 표현하지 않고 혼자 추론하면 남는 건 오해뿐이라는 점도 기억하세요.

 

Q. 리더십 없는 상사 밑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상사와 리더를 분리해서 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직함은 상사지만 리더십이 없다면, 내가 그 역할의 일부를 맡을 수 있습니다. 또한 미운 상사도 '인간 책'으로 바라보면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라면, 그 사람의 꼼꼼함이나 추진력 같은 부분만 골라 배우고 나머지는 흘려보내는 연습이 현실적으로 유효합니다.

 

Q. 주인의식 갖고 목소리 냈는데 아무것도 안 바뀌면요?

A. 바뀌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한 것 자체가 나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선택권을 내가 갖고 있다는 감각이 무기력함을 줄여줍니다. 심리학 연구들도 자기 결정감(Autonomy)이 높을수록 번아웃 위험이 낮아진다고 보고합니다. 바꿀 수 없는 구조라면, 그걸 확인한 것 자체가 다음 선택을 위한 정보가 됩니다.

 

 

 

결론

이 글을 읽고 나서 제가 다시 떠올린 건, 신입 때의 저였습니다. 팀장 눈치를 보며 말 순서를 계산하고, '예쁨 받는 것'이 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착각했던 시절이요. 그게 나쁜 의도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저를 점점 작아지게 만들었습니다.

예쁨과 인정은 한 글자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차이가 조직 전체 분위기를 만들고 한 사람의 정체성을 흔듭니다.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용기이기 전에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당장 내일 회의에서 하나라도 말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longblack.co/note/1909